정조국, 서울의 막혔던 가슴 한 방에 뚫었다

2012.11.04 21:39 입력 2012.11.04 21:43 수정
류형열 기자

수원과 올 마지막 슈퍼매치 동점골… 무득점 징크스·7연패 탈출

초겨울 칼바람에 상암월드컵경기장 밖에는 낙엽들이 뒹굴고, 날아다녔다.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뚝 떨어진 기온에 몸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을씨년스러웠던 4일 수원과의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를 찾은 서울 팬들에게 상암구장은 한순간 스산하게 변했다.

전반 23분 수원 이상호의 선제골이 터졌다. 라돈치치가 올려준 볼이 서울 수비수 한태유 맞고 굴절되더니 골문 정면에 있던 이상호에게 마치 패스처럼 흘러갔다. 얼떨결에 절호의 기회를 맞은 이상호는 왼쪽 골문 구석을 노려 찼고, 볼은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 공격수 정조국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전서 0-1로 뒤진 후반 40분 기막힌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공격수 정조국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전서 0-1로 뒤진 후반 40분 기막힌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3연패 포함해 슈퍼매치 7연패에 몰려 있는 서울에 또다시 불길한 조짐이 감돌았다. 전반 45분 수원 양상민이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다. 경고까진 아닌 것 같았지만 류희선 주심은 가차없이 노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들어갈 때는 양팀 모두 11명이지만 나올 때는 숫자가 다를 수도 있다”던 최용수 서울 감독의 예언이 적중했다. 수적 우위까지 잡았지만 서울은 수원의 수비벽을 뚫을 답을 찾지 못했다. 서울은 수원만 만나면 골 넣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데얀(27골)도 몰리나(17골·16도움)도 침묵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후반 21분 몰리나를 빼고 정조국을 투입했다. 마지막 승부수였다. 바로 3분 뒤 데얀의 패스를 받은 정조국이 골문 정면서 왼발 터닝슛을 날렸다. 수원의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이 어쩔 도리 없이 볼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완벽한 슈팅. 하지만 볼은 무심하게 오른쪽 골대를 빗나갔다.

수원 윤성효 감독이 4일 서울 정조국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라며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는 서울 최용수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수원 윤성효 감독이 4일 서울 정조국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라며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왼쪽 사진).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난 뒤 박수를 치고 있는 서울 최용수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서울의 일방적인 공격, 수원의 밀집수비 양상 속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그러던 후반 40분 하대성의 스루패스를 받은 정조국이 넘어지며 오른발 로빙슛을 날렸다. 달려나온 정성룡의 키를 넘긴 볼은 수원의 텅 빈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2010년 8월28일 후반 11분 데얀이 골을 넣은 이후 798일 7경기 659분 만에 맛본 수원전 골이었다. 최용수 감독도, 선수들도, 서울 팬들도, 꽉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 것처럼 환호에 휩싸였다.

무득점 징크스는 날렸지만 서울엔 하나가 더 필요했다. 수원전 승리. 하지만 더 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1-1.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서울 선수들도 수원 선수들도 그라운드에 벌렁 드러누웠다. 관중들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는 이렇게 끝났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전북전에 이어 이번 수원전까지 만족할 만한 승점을 확보했다”며 “정조국이 한 건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결과는 비겼지만 우리가 승리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